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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이것이다21. 스피노자 B. Spinoza, 에티카 (1) : 결정론적 범신론. 세계는 결정되어 있으며, 자유의지는 존재하지 않는다.

철학은이것이다21. 인간의 자유의지를 부정하는 결정론의 철학이 있습니다. 스피노자는 인간의 자유의지를 부정한 대표적인 철학자입니다. 스피노자는 세계는 결정되어 있으며, 자유의지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스피노자의 ‘에티카’는 우리가 진정으로 자유인이 될 수 있는 길을 알려주려고 하는 책입니다. 이 점에서 우리는 스피노자가 말하는 자유와 자유의지가 통상적인 이해를 넘어선다는 것을 예감할 수 있습니다. 스피노자는 세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과 행위는 선행하는 원인과 상황의 필연적인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현재는 과거의 필연적 결과이며, 미래는 현재의 상태에 의해서 결정된 세계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내가 지금 생각하고 얘기하는 일체의 것은 과거가 원인이 되어 결정된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일까요? 하지만 우리는 보통 자신이 어떤 선택과 결정을 어떤 제약 없이 자유롭게 한다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이런 일이 선행하는 원인에 의해서 미리 결정된 것이었다고 말하는 것은 상식적인 이해를 넘어서는 일입니다. 그러면 스피노자는 어떤 점에서 인간의 자유의지를 부정한 것일까요? 스피노자는 이 세상을 전체로서 하나의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즉, 세계를 구성하는 요소들은 독립적인 사물들이 아니라 전체의 한 부분들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마치 우리의 신체를 구성하는 부분들은 우리 몸의 일부인 것이지 몸과는 별개로 따로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 것처럼 말입니다. 스피노자는 이렇게 하나로 존재하는 세계를 실체, 그리고 그 부분들을 양태라고 부릅니다. 그러니까 스피노자에게 실체는 하나뿐이며, 양태는 실체의 양태로서만 존재합니다. 이 말은 실체와 양태 또한 분리된 독립적인 존재가 아니며, 실체는 자신을 양태로 표현해낸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 몸의 일부를 우리 몸 자체와는 별개인 것들로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말입니다. 몸의 일부 또한 그냥 우리 몸이라고 말하기도 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니까 사람도 당연히 자연 안에 존재하는 수많은 개체들 즉 양태들 중의 하나입니다. 이 유일 실체를 스피노자는 신 또는 자연이라고 부릅니다. 스피노자는 ‘에티카’에서 이러한 의미의 존재, 즉 신 또는 자연만이 진정으로 자유롭다고 말합니다. 그는 이렇게 얘기합니다. “오직 자신의 본성의 필연성에 의해서만 존재하며, 자기 자신에 따라서만 행동하게끔 결정되는 것은 자유롭다고 한다. 그러나 다른 것에 의하여 특정하게 규정된 방식으로 존재하고 작용하도록 결정되는 것은 필연적이거나 강제되었다고 한다.” 이런 설명에 따르면 이 세계 자체만이 자유로우며 그 이외의 모든 것은 자유롭지 않습니다. 이런 점에서 인간 역시 자유롭지 않으며, 따라서 인간의 자유의지 역시 부정됩니다. 만일 인간의 의지가 자유라면, 스피노자의 정의를 따르면, 인간은 신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모든 것이 필연적으로 결정되어 있는 전체 세계, 하나의 세계 즉 신 자신만이 자유인 것입니다. 스피노자는 세계 자체 또는 자연 자체로서의 신은 “오직 자기 자신에 의해서 지배되고 움직이며 자신의 외부에 있는 어떤 것의 영향도 결코 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자유롭고, 즉 자유롭다는 말이 지닐 수 있는 유일한 의미에서 자유롭다”고 주장합니다. 스피노자는 흔히 우리가 인간이 자유 존재라거나 자유의지를 갖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우리의 무지에서 기인하는 혼동 또는 착각이며 환상이라고 단언합니다. 즉, 우리는 무엇을 의욕하거나 욕구한다는 것은 의식하지만 그러한 욕구의 원인이 무엇인지는 알지 못하기 때문에 스스로 자유의지가 있다고 믿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스피노자가 말하는 진정한 자유는 신의 관점에서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자연 자체인 이 신은 자신의 본성인 능동성에 의해서 즉 다른 외부적 원인의 지배와 구속 또는 강제로부터 자유롭게 자신을 스스로 산출하는 자연입니다. 이 자연의 모든 현상과 사건은 이러한 신의 본성에 따라 필연적으로 결정되어 있습니다. 이것이 스피노자를 결정론적 범신론자라고 부르는 이유입니다. 신은 자기 자신인 이 세계를 자기 마음대로 혹은 자유의지에 의해서 만들어낼 수 없습니다. 신은 오직 신 자신의 필연적 본성으로부터 세계를 생성 또는 산출합니다. 이것을 신이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자연법칙 혹은 존재법칙 자체라고, 정신의 관점에서는 이성법칙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즉, 자유로운 의지가 배제된 필연성의 법칙인 것입니다. 따라서 이런 세계에는 어떤 가치도 목적도 존재한다고 할 수 없습니다.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세계이기 때문이지요. 스피노자는 우리가 이 필연성의 법칙을 모두 알지 못하기 때문에 자신이 자유롭다고 믿게 된다고 한 것입니다. 이렇게 유일한 자유와 세계, 자연, 신의 관계를 이해한다면 이제 통상 우리의 의지가 자유라고 하는 생각을 스피노자의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을 듯합니다. 이 점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스피노자에 의하면, 신의 본성의 필연성에 의해서 산출된 모든 개체들은 자신을 유지하려는 자기보존의 욕구 또는 자기를 보존하려고 노력하는 의지를 갖고 있는데, 그는 이를 코나투스(conatus)라 부릅니다. 이 의지적 노력 또는 힘으로서 코나투스는 한 사물 혹은 개체의 ‘현행적 본질’ 또는 ‘현실적 본질’입니다. 이를 스피노자는 “각자는 자신의 능력을 통하여 할 수 있는 한에서 자신의 존재를 보존하려고 노력한다”고 표현합니다. 이 노력이 “정신과 육체 모두에 관련될 때를 욕구(appetitus)"라고 하며, ,한 개체가 지닌 욕구는 자신을 다른 것과 구별되는 특징적인 존재로 만들어줍니다. 그것은 한 개체가 자신을 유지 보전하려는 충동으로서 한 개체의 코나투스를 규정합니다. 스피노자는 우리가 이런 욕구를 의식할 때 그것을 욕망(cupiditas)이라고 부릅니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개체들의 본질은 코나투스에 있다고 할 수 있으며, 이는 우리가 통상적으로 이해하는 자유의지와 유사점이 있습니다. 우리가 자유의지에 의해서 자유롭게 선택하는 모든 행위는 자기 보존을 위한 의지적 노력이라는 점에서 인간의 코나투스는 곧 윤리적 주체로서의 인간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스피노자에 따르면, 우리가 이를 자유의지적 행위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어떤 것이 진정으로 자기보존에 부합하는지 스스로 결정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유롭다고 착각한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욕구를 의식하지만 선행 원인에 의해 결정된 욕구의 원인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면서 하는 행위임에도 이를 마치 자유로운 선택적 행위를 한다거나 정신의 자유로운 결단이라고 착각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만일 우리가 욕구의 원인을 정확하게 모른다거나 알 수 없다고 가정한다면, 그리고 현재의 욕구를 의식하고 있으면서 동시에 그러한 욕구에 부합하거나 반하는 하나의 행위를 선택하는 결정을 한다면, 우리는 그것을 자유로운 선택이나 결정이라고 해도 무방해 보입니다. 그런데 스피노자 역시 우리가 그러한 지식을 갖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원인에 적합한 참된 지식을 가지려면 사실과 사실, 명제와 명제 사이의 수많은 필연적 연결로 이루어진 자연 필연성에 관한 지식을 가져야하는데 그에 대한 완전한 지식을 갖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진정한 자유는 바로 이런 필연성을 인식하는 데 있다는 것이 스피노자의 기본 신조입니다. 스피노자는 이런 지식을 신 또는 자연에 대한 직관적 지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은 그런 완전한 통찰에 이를 수는 없지만, 사건이나 사물이 각자의 선행조건 및 결과와 필연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점점 더 파악함으로써 이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고 합니다. 이것이 스피노자가 자유의지를 부인하면서도 우리를 진정한 자유인이 되도록 이끌고자 한 이유입니다. 하지만 스피노자가 착각이나 환상이라고 한 자유의지에 대한 믿음은 오히려 인간 본성의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인과 필연적 원인에 대한 완전한 지식을 가질 수 없지만, 인간의 삶을 매 순간 어떤 선택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 경우에 비록 우리가 갖는 욕구의 원인을 모르고 있으며, 그래서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그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다는 사실은 근본적으로 인간의 의지가 자유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요? 스피노자는 ‘에티카’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같은 본성을 가진 다른 것에 의하여 한정될 수 있는 사물은 자신의 유(類) 안에서 유한하다고 일컬어진다. 예컨대 어떤 물체는 우리가 항상 달리 더 큰 어떤 것을 생각하기 때문에 유한하다고 일컬어진다. 마찬가지로 사유는 다른 사유에 의하여 한정된다. 이에 반하여 물체는 사유에 의하여 한정되지 않으며, 사유도 물체에 의하여 한정되지 않는다.” 스피노자의 사고와 논리를 좇아서 그에게서 우리의 통상적인 자유의지에 대한 이해와 일치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즉, 다른 유 안에서 더 큰 것에 제약되어 있는 더 작은 존재는 각자 그만큼의 힘만을 가지며, 또한 더 큰 것과 더 작은 것 사이의 힘의 작용연관성은 전체 힘의 법칙의 지배를 받지만 각자에게 허용된 힘의 크기 안에서는 자유가 허용될 수 있으며, 따라서 인간은 그 차이만큼 자유로운 존재가 아닐까 합니다. 우리의 세계는 결정론 혹은 자연필연성의 지배를 받고 있지만 힘과 힘들의 인과적 연결과 필연적 법칙을 위배하지 않는 힘의 내부적 세계에서는 그 힘만큼의 자유의지가 허용될 수 있으며, 그리고 그것이 인간적 삶의 본질이라면, 그에 따라 인간의 의지는 자유인 것입니다. 이제 다른 관점에서 이를 통해 스피노자의 주장을 승인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욕망을 증진시키기 위해서는 “자신의 능력을 통해서 할 수 있는 한에서” 자신의 존재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의 의지적 노력의 행사는 자신의 욕구의 원인을 아는 만큼 그에 적합한 선택을 할 것입니다. 스피노자의 용어로 설명하면, 우리의 코나투스의 충족은 우리의 정신이 스스로 타당한 관념을 얻는 정도에 따라서 성취될 것입니다. 우리는 각자가 이성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그것을 알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한 개인의 본성 또는 본질은 다른 개인의 본질과 다른 것만큼이나 각 개인의 욕구도 다른 사람의 욕구와 다르기” 때문 ... 이하 생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