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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호지 구멍을 때우며

베란다로 나가는 곳에 중문(中門)이 없어 에어콘을 켜면 찬기운이 시원찮았습니다. 마침 이웃에게 얻은 창살문이 있어 중문 삼아 걸었습니다. 손주들 호기심에 여기저기 구멍이 나서 풀을 쑤어 때웁니다. 구멍난 곳 찾아 칼로 도려내니 마름모꼴 다이아몬드가 되었습니다. 손주들의 성장과정이 햇살 받은 창살문에 보석으로 빛납니다. 마름모꼴 조각을 하나하나 붙이는 남편을 바라보고 있으니 교동 옛집 시절의 왁자한 풍경이 오롯이 떠오릅니다. 철마다 진달래, 코스모스, 들국화, 댓잎을 창호지에 덧붙이며 흐뭇하게 웃으시던 부모님, 풀칠한 문짝을 응달에 하나하나 세우던 오빠들, 풀 묻은 신문지로 장난치던 나와 동생... 문풍지 떨어대는 찬 바람 막던 창호지가 세월이 흐르고 시절이 바뀌어 에어콘 찬 바람을 가두는 종이가 되었습니다. 이렇듯 창살문 하나에도 소소한 일상의 정경과 시절의 변화가 서리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