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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새, 비탈에 서다

이태째 딱새가 달팽이 뜨락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나뭇가지, 풀숲, 따뜻한 연통 부근을 마다하고 서슬 퍼런 전기톱날 코앞에 보금자리를 마련하였습니다. 작년에는 톱날에서 좀 떨어져 둥지를 지었는데... 딱새의 무모함에 말문이 막힙니다. 멧비둘기에 치이고, 까치의 폭압에 주눅들었는지 모릅니다. 동강 벼랑을 부여잡고 피어난 할미꽃보다 수초에 붙어있다 큰비 한번에 쓸려갈 청개구리알보다 아찔하고 허망한 신세의 딱새입니다. 숱한 할큄과 버거운 쪼임에 밀리다 찾아낸 안식처가 전기톱날 턱밑입니다. 눈물이 겨웁고 가슴이 먹먹합니다. 사글세로 시작하여 메뚜기처럼 옮겨 다니다 비좁지만 주인 눈치 안 봐도 되는 내 집 장만하고 숙면에 들게 된 게 그리 오래지 않습니다. 늘 비탈에 서서 아늑한 평지의 안착을 바라고 온 동네 굽어보는 타워팰리스를 꿈꾸며 살아온 날들입니다. 남아 있는 날들이 턱없이 모자랍니다. 부귀와 영화의 욕망을 달팽이 뜨락에 내려놓고 전기톱 스위치를 잊은 채 딱새의 둥지를 지켜봅니다. 일곱 개의 알을 낳아 두 이레를 품고 곡절 끝에 새 생명 여섯이 눈을 떴습니다. 머잖아 어둑신한 둥지를 벗어나 뜨락의 햇살과 바람을 맞이하고 푸른 하늘, 넓은 세상을 향해 날아오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