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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는 장미

세상의 일이 마음대로 되지 않겠지만 이따금, 목련처럼 은은하게 고귀하고 작약처럼 유유자적하다가 동백처럼 툭, 떨어져 내려 삶을 마무리했으면 합니다. 요즈음 시간이 날 때마다 실개천 따라 호수까지 이어진 산책길에 나섭니다. 장미향, 개망초, 금계국의 흐릿한 잔향이 코 끝에 스치며 발걸음을 가볍게 합니다. 좁다란 산책로에 웃자란 장미덩굴이 기웃거리고 금계국은 검푸른 달빛 젖어 샛노랗게 살랑거립니다. 얼마 전까지 립스틱 진홍으로 불타오르던 장미가 선홍빛으로, 연분홍으로 옅어지더니 연분홍 꽃잎 끝자락, 갈색으로 말리어 갑니다. 장미꽃은 동백처럼 깔끔하게 떨어져 내리지 않을까… 아, 연분홍 가시지 않은 마른 꽃 위 열리지 않은 꽃봉오리 두엇 보였습니다. 늦된 아우 열매(로즈힙) 맺을 때까지 벌, 나비 불러주려는, 속깊은 기다림인가 봅니다.